* 몰디브의 밤 생활..
그리 많은 할 일도 없으면서, 몰디브의 밤은 빨리 지나간다.
(많은 선배 여행자들은 밤에 놀것을 챙겨가라고 말하는데,
굳이 너무 많이 갖고 갈 필요는 없다.)
왜 할일이 없나하면,
몰디브에서는 밤에 하는 익스커젼이 많이 준비되어있지는 않다.
밤 낚시 뭐 그 정도 인데.
낚시에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크게 구미가 당기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리조트 측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
그렇지는 않다.
나름 매일 매일 밤 10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해둔다.
우리가 갔을때도 매번 다른 프로그램들이 준비 되어있었다.
댄스 타임, 게 경주 등등..
올후 밸리의 특성이 휴양중에서도 특별히 더 휴양 타입이다.
왁자지껄한 그런 리조트가 아니다.
즉, 클럽 메드의 낮, 밤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있는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밤 프로그램의 참여율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처음으로 참석하려고 시도했던건 Disco Night행사였다.
사실 참석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밤에 산책이나 갈겸 뭐하나 볼까 하고 나섰는데,
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음악은 크게 울리는데 그곳에 사람은 없고
그냥 야외에서 맥주 한잔 하는 사람들이 몇몇 모여있었다.
그게 그 행사의 전부였다.
정말 뻘 쭘한 분위기..
싸이키등은 돌아가는 데,
음악은 상당히 크게 키워 놓았는데,
사람이 없다.
물론 우리는 스을쩍 보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 후에는 참석을 하지 않았다.
쉬는게 우선이라서 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저녁에는 보통 일찍 잠을 청한다.
딱히 할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일찍 잠을 청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아침 식사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한다.
그까짓 아침 안먹어도 되지 않냐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돈들은 아침을 안먹는 것도 아깝고,
그렇다고 점심이 훌륭하게 제공되는게 아니라..
(우리의 경우 점심은 자체 해결 상품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꼭 챙겨먹어야 된다.
안그러면 활동이 힘들다.
아침을 안먹고 늦게 일어나,
대충 아점을 먹으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더욱 아깝기도 하다.
몰디브의 바다는 해가 떠있는 동안은 너무 아름답지만,
해 떨어지고 밤이 되면 한국의 여느 한적한 바다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종일 더운데 이런저런 몸쓰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피곤하다.
(스노클이나 익스커젼이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다 운동이다.)
몰디브의 밤은 그렇게 쉽게 쉽게 지나간다.
할일이 없다고 너무 미리 부터 고민할 일은 아니다.
* 카누
수요일의 날씨는 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팍 흐리지도 않은, 애매한 날씨다.
어제 오후부터 이어지는 날씨 시리즈 되겠다.
밤이되면 미친듯이 비가 오고 눈 뜨면 확 맑은 하늘이 보이지는 않는 그런 날씨.
약간은 흐린.
열대성 폭우의 전형이다.
날씨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낮에 큰 비를 만나지 않은것 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리고, 활동하기에는 약간 흐린게 더 좋다.
너무 맑으면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해서 운신하기 힘들다.
사진을 찍다가도 금방 지쳐 버리고,
강렬한 햇빛 때문에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이 나오기 힘들다.
각설하고 오늘 우리의 목표는 카누다.
금방 쉽게 할 수 있고, 저렴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도 있지만.
우리의 얇은 귀가 움찔한 것은
전날 우리랑 같이 올후벨리로 간 315호 사람들이 카누를 하는 것을 보고 난 후이다.
그분들 이야기는 카누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고 한시간 정도하는것은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게 팔랑이는 우리의 귀. 급 카누 질 시작이다.
아침을 먹고 수영복으로 갈아 입은 후 바로 카누를 대여했다.
물론 구명 조끼도 같이.
뭐, 구명 조끼는 굳이 안 빌려도 될법하다.
진짜 웬만하면 카누가 뒤집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카누를 처음 타본 우리도 앞으로 가지 않거나,
방향을 전환 하지 못해서 초반에만 고생했지,
카누가 뒤집히지는 않았다.
파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더 그렇겠지.
그렇게 카누를 빌려 올후 벨리 주변을 돌아보기로 결정.
생각만해도 즐겁다.
올후 밸리가 있는 섬을 외각을 따라 주욱 한 바퀴도는 우리들.
슉슉 앞으로 나아가고,
버스에서 풍경이 지나가듯이 올후 밸리의 섬이 옆으로 슉슉 지나가는 상상.
굳은 각오를 하고
최초 목적지인 빌라 앞 샌드뱅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샌드 뱅크로 전진.
노를 저어간다.
처음에는 좌우 방향 전환이 헷갈렸지만,
이내 터득하고 전진 또 전진.
얼마나 갔을까.
물에 잠겨 보일듯 말듯한 샌드뱅크에 도착.
이 샌드뱅크는 아침 나절에는 물위에 살포시 드러나지만,
점심이 지나고 나면 바다 속으로 슬몃 제 몸을 숨겨버리는 놈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 흔적만 볼 수 있는 샌드 뱅크.
멀리 나와 올후 벨리를 쳐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자꾸지 워터빌라들과 해변 그리고 부두가 다 주먹만하게 보인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홀로 떨어진 섬에 둘만 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만의 세상이 된듯하다.
모래도 너무 곱고,
그 샌드 뱅크를 둘러 싸고 있는 바다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파도가 오른쪽에서도 치고 왼쪽에서도 친다.
그리고 투명한 바다.
눈 만난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약간은 무인도에 온 느낌이다.
해변만 있는 무인도.
그 조차..조금만 놀면 물속으로 살짝 사라져 버리는 무인도.
나중에 알고 보니 방수팩을 씌우고 찍은 사진은 잘 못찍으면 한쪽 귀퉁이가
저렇게 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쉽다.
이번에는 비치 빌라 쪽의 멀리 멀리 떨어진 버려진 섬같은 샌드 뱅크로 이동.
이건 실수 였다고 가는 도중에 생각했다.
힘이 부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뛰어 놀다가 그 리조트를 반쯤 도는 꼴이니 힘들지.
올후 밸리를 한 바퀴 돌자는 최초의 계획은 벌써 좌초.
도착했을때.
우리는 정말 부드럽지도 않은 모래가 깔려있는 샌드뱅크.
그리고 버려진 섬같이 죽은 나무가 꽂혀져 있는 샌드 뱅크에 좌절했다.
그래도 멀리 왔으니 사진 몇장, 동영상 몇개 찰칵.
급 카누를 반납하러 귀환.
힘이 너무 부친다. 차라리 걸어갈 것을…ㅎㅎ
참고로 허리 정도 올 깊이 밖에 안되는것 같다.
1시간이면 좀 대여료가 싸기때문에,
이제까지 슬슬 노를 젓던 내 신부는 엄청난 스피트로 노를 젓는다.
배가 휙휙 앞으로 나가는게 느껴질정도니…
그러나 문제는 지구력.
폭발적인 힘을 오래 지속하지는 못해…
결국..
1시간을 넘겨 1시간 15분쯤 지나 원래 지점에 도착.
ㅜㅡ
힘은 힘대로 쓰고 돈은 돈대로 버리고 아쉬움만 남는다.
역시 체력이 약한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갈수 있는 빌라 앞 샌드 뱅크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빌라로 귀환한다.
* 자꾸지 빌라 앞의 샌드 뱅크
빌라로 돌아오니..
집앞의 샌드 뱅크에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리오.
있는 사진기 전부와 삼각대를 들고 자꾸지 워터 빌라 앞의 샌드 뱅크로 이동.
이날 부터 날씨가 흐려 좋은 사진은 없지만 한번 보자.
* 산책.
그리고 워터빌라와 비치 빌라 사이의 비치 산책.
오늘이 되어서야 체력적 여유가 생긴건지..
아니면, 날씨가 덜 더워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본격적인 올후밸리 탐험에 나선다.
일단 전에 포기했던 장소인 리셉션 옆의 워터 빌라 부터 시작.
열대 지방의 또 하나의 매력은 야자 나무 뿐만 있는게 아니다.
평소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열대 지방(?)의 꽃.
너무나도 화려한 색으로 자신을 폼내고 있는 모습이
꼭 자신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듯 해서, 몇 장 찍어 본다.
꽃도 이쁘고, 길 자체도 이쁘고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진이 잘 나오는 숨겨진 아름다운 길이다.
(사실 숨겨진건 아니다..우리가 힘들어서 안갔을 뿐)
이 곳을 지나면 비치 빌라가 있다.
올후 밸리의 비치 빌라는 비치와 딱 붙어 있지는 않다.
해변과 비치 빌라 사이에는 적당한 정도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비치 빌라에서 보면 해변이 보일듯 말듯한 정도이다.
이곳은 주로 가족단위의 또는 장기여행객이 묶는 듯하다.
비치 빌라 앞의 해변.
사람들이 항상 많은 반대편 해변과는 다른 느낌이다.
날씨가 흐릿해서 그런지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마치 해변을 전세 낸 듯한 느낌.
날씨가 흐려 몽환적 느낌이 나는 해변.
바다이기는 하지만 파도가 거의 치지 않는다.
푸른 빛이 도는 회색 하늘.
회색 빛이 도는 푸른 바다.
살랑이는 바다 바람.
바다 바람에 속삭이는 야자수.
호수가 아니라고 증명하듯이
잊을만 하면 살짝 모래에 부딪치는 파도.
그리고, 작은 게들.
그리고 우리.
대화를 하고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우리를 위해 해변에서 증발해
버린 사람들.
가기 전에 누군가 써놓은 여행기에..
몰디브의 이른 아침 비치를 꼭 산책하기를 권유했던 글을 봤다.
조용한 그 느낌이 매우 좋다고 말이다.
우리는 잠이 많아서 그러지는 못하였지만,
이날 그 이상의 것을 느낀날이 아닌가 싶다.
* 바에서 맥주 한잔.
돌아오는 길에 바에 들렸다.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파도 바람 소리를 듣고 있는데.
바지에 이쁜 천을 바지에 크게 두른 마치 치마를 입고 있는 듯한
몰디브 식(?) 의상을 입은 소년이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맥주 두잔”
소년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주문을 받아간다.
워터 빌라를 지나치자 마자 만날 수 있는 바는.
이곳 올후 밸리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우리때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눈에 보이는 조용한 풍경이 사람을 정직하게 만드는 곳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기도하고..
여기 있던 한두시간이 어떻게 지나가 버렸는지 모를정도로 그 분위기가 좋다.
올후 밸리를 가게 되면 추천한다.
아니, 어디를 가더라도.
한적한 곳에 앉아서 조용한 해변을 바라볼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추천이다.
그곳이 어디이든.
여행하다 보면,
특히 좋았던 그리고 재미있던 기억이 몇개는 남아있기 마련이다.
언제 어느때나 신혼여행하면..
아, 이런 일이있었지라고.
우리의 기억속에는 이 바에서 마신 맥주한잔 그리고 조용한 이야기,
그리고 그 분위기가 그 기억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날씨가 흐리면 흐린대로 분위기가 있으니,
날씨가 흐리다고 우울해 지지 말자.
우리는 위에서 보여준 수많은 좋은 사진과,
분위기 그리고 추억을 않고 왔으니,
여러분도 충분이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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